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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정한 등, '척추후만증'이 원인?...놓치기 쉬운 증상과 예방법
등이 굽어 보이면 으레 '평소 자세가 나빠서' 혹은 '나이가 들어서'라고 가볍게 넘기기 쉽다. 하지만 굽은 각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이는 척추 변형 질환인 '척추후만증(kyphosis)'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척추후만증은 척추가 비정상적으로 뒤로 굽는 병적 상태로, 연령이나 직업과 관계없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일상생활 전반에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어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수적이다.
정형외과 장동균 교수(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는 "척추후만증을 장기간 방치하면 단순한 외형 문제를 넘어 만성 통증과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라며 "조기 진단과 꾸준한 생활 관리가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의 조언을 통해 척추후만증의 원인과 진단 기준, 치료 전략, 예방법을 자세히 짚어본다.
후만 각도 50도 이상이면 '병'…연령대 따라 원인 달라
정상적인 척추는 옆에서 보면 s자 형태의 곡선을 이룬다. 목과 허리는 앞으로 굽는 '전만', 등은 뒤로 굽는 '후만' 구조로, 이러한 곡선은 체중을 효과적으로 지탱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일정 정도의 후만은 정상적인 생리적 구조로 간주된다.
장동균 교수는 "일반적으로 x-ray상 흉추 후만 각도가 20~40도 사이면 정상으로 판단한다"며 "각도가 50도 이상으로 증가하고, 여기에 통증, 피로감, 호흡 곤란, 외형 변화 등의 증상이 동반될 경우 병적인 척추후만증(과후만)으로 진단한다"고 설명했다.
척추후만증의 원인은 연령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가장 흔한 형태는 자세성 후만으로, 성장기 청소년이나 스마트폰·컴퓨터 사용 시간이 많은 직장인에게 주로 발생한다. 장 교수는 "고개가 앞으로 빠지고 어깨가 말리는 자세가 반복되면서 등이 둥글어진다"며, "이 경우 나쁜 자세 습관과 근육 불균형이 주요 원인으로, 누워서 쉬거나 의식적으로 자세를 바로잡으면 비교적 쉽게 펴지는 가역적인 후만"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10대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구조적 후만증, 즉 쉐르만 후만(scheuermann's kyphosis)도 있다. 장 교수는 "몇 개의 흉추가 쐐기 모양으로 변형돼 50도 이상의 날카로운 후만 곡선을 보인다"며, "자세를 바르게 해도 잘 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노년층에서는 골다공증성 후만증이 흔하게 발생한다. 이는 반복적인 척추 압박골절로 척추 앞부분이 눌리면서 키가 줄고 등이 굽는 형태로 나타난다. 장 교수는 "흔히 '꼬부랑 등'이라고 불리는 모습이 대표적"이라며, "이 외에도 선천성 기형, 강직성 척추염, 결핵, 외상, 수술 후 발생하는 후만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고 덧붙였다.
키 줄어들고 숨 차는 증상...방치 시 2차 질환 동반
척추후만증은 초기에는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불편함이 나타난다. 등이 굽으면서 어깨와 목이 자주 뻐근하거나 허리 통증이 발생하고, 오래 앉거나 서 있을 때 쉽게 피로를 느끼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이 심해지면 몸의 균형이 무너져 보행이 불안정해지고, 호흡이 가빠지거나 심리적 위축까지 동반될 수 있다. 특히 외형 변화가 눈에 띄는 시점에는 이미 척추 변형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아, 초기 증상에 대한 인식과 조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동균 교수는 "실제로 70대 초반 여성 환자가 몇 년 사이 키가 5cm 이상 줄고 등이 심하게 굽어 내원한 경우가 있었다"며 "연속된 흉추 압박골절로 후만각이 60~70도에 이르렀고, 5분 이상 서 있는 것도 어려우며 100m만 걸어도 숨이 찰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골다공증 치료제와 보조기 착용, 운동 치료를 통해 통증과 활동성은 어느 정도 호전됐지만, 이미 형성된 척추 변형은 완전히 되돌리기 어려워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했다"고 전했다.
척추후만증을 장기간 방치하면 문제는 단순한 체형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등 근육은 늘어나 약해지고 앞쪽 근육은 단축되는 근육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만성적인 통증을 유발한다. 또한 좁아진 시야를 확보하려 목과 허리를 과도하게 젖히는 자세가 반복되면, 목 디스크나 요추 관절 통증과 같은 2차 질환이 동반될 수 있다.
심폐 기능 저하와 사망률 증가의 가능성도 있다. 장 교수는 "후만이 심해지면 흉곽 공간이 줄어들어 호흡이 불편해지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며 감염에도 취약해져 폐렴 위험이 높아진다"며 "특히 골다공증성 후만은 보행 불안정, 낙상 위험 증가, 일상생활 수행능력 감소 및 사망률 증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수술 없이 관리 가능…원인 고려한 맞춤 치료 필수
척추후만증 치료의 기본 목표는 가능한 한 비수술적으로 척추 변형의 진행을 억제하고,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수술 없이도 관리가 가능하다. 장동균 교수는 "치료의 핵심은 자세 교정과 생활습관 개선이다"라며 "물리치료와 운동치료를 통해 등 신전근, 둔근, 코어 근육을 강화하고, 가슴·어깨·고관절의 굴곡근을 스트레칭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치료 방법은 환자의 나이와 병의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장 교수는 "성장기 구조적 후만에는 보조기 치료가 척추 변형의 진행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으며, 골다공증이 동반된 환자는 약물 치료와 함께 칼슘·비타민 d 보충이 필수적이다"고 전했다. 심한 통증을 동반한 압박골절에는 척추체성형술이나 풍선후만성형술로 통증을 완화하기도 한다.
수술은 전체 환자 중 극히 일부에서만 고려되며, 대표적인 적응증은 ▲신경 압박으로 인한 근력 저하나 보행 장애가 있는 경우 ▲후만각이 약 70~80도 이상으로 심해 일상생활이나 호흡에 큰 지장을 주는 경우 등이다.
재활 운동은 필수적이다. 장 교수는 "재활의 목표는 단순히 x-ray 각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일상생활을 편안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벽에 뒤통수–어깨–등–골반을 붙이고 가볍게 턱을 당긴 채 자세를 유지하는 '벽 자세 연습'은 좋은 자세를 몸으로 익히는 데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엎드린 등 신전 운동, 견갑골 모으기 운동, 밴드를 활용한 어깨 후방 당기기 운동도 권장되며, 폼롤러나 가슴 스트레칭으로 흉곽을 열고 복식호흡을 함께 실시하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고령 환자의 경우 낙상 예방을 위해 균형 훈련과 하지 근력 강화 운동도 병행해야 한다.
자세 교정하고 안전사고 주의해야…"키 3cm 이상 줄면 검사 권장"
척추후만증의 진행을 늦추고 심한 변형을 막기 위해서는 평소 예방 관리가 필요하다. 성장기와 청년층은 생활 속 자세 교정이, 중·장년층은 뼈 건강과 안전사고 예방이 최우선 과제다. 성장기와 청년층에서는 올바른 자세 유지가 핵심이다. 장동균 교수는 "스마트폰과 모니터를 눈높이에 맞춰 사용하고, 30~40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틈틈이 걷기를 실천할 것을 권했다.
중·장년층 이후에는 골다공증 관리와 낙상 예방이 중요하다.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와 운동은 물론, 집안 환경 정리와 미끄럼 방지, 손잡이 설치 등 생활 환경 개선도 필수다. 장 교수는 "키가 3cm 이상 줄거나 가족이 보기에도 등이 더 굽어 보이면, 미루지 말고 척추 x-ray와 골밀도 검사를 받아 정확한 평가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척추후만증은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자세 관리와 운동, 골다공증 치료로 충분히 조절 가능한 질환"이라며 증상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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